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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은 인연입니다
윤회나 환생을 믿지 않더라도 소중하지 않는 인연은 없지요
처음엔 사소하여 잘 알아보지 못할 뿐,
이 사소함이야말로 존재의 자궁 같은 것
블랙홀이나 미로일 수 있지만
바로 이곳에서 꽃이 피고 새가 웁니다
연기암의 물봉선 하나가 지는 데도 필연적 이유가 있고,
그 꽃잎 위에 내린 이슬 하나에도
실로 머나먼 여정과 엄청난 비밀이 스며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65억 분의 1의 확률로 만난 그대와의 인연
그 얼마나 섬뜩할 정도로 소중한지요
극소와 극대, 순간과 영원은 다르지 않습니다
'어려서 죽은 아이보다 더 오래 산 자는 없다'는 말을
이제야 알 것도 같습니다
돌아보면 마치 전생의 악연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그동안 마주치지 않으려고
우리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몸부림을 쳤는지요.
악연은 잘못된 만남이 아니라
한하늘 아래 살면서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 것.
결국 인연과 악연의 그 무서운 갈림길은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아직은 가지 않는 길,
내내 가지 말아야 할 길,
악연의 길을 가기엔 인생이 너무 짧습니다.
... 이원규님의 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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