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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수헌(睡軒)

가슴찡한 설악산 저항령 사고

by 수헌! 2021.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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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지난 2월말 폭설속에 단독등반중 저항령 인근에서 실종된 여성의 시신을 찾았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는다.

 

폭설로 통제된 산길을 여성 혼자서 단독으로 진행한것도 놀라웠지만

그 실종지점이 저항령인근이라는 말에 더놀랐다.

폭설속에 홀로 거기까지 갔다는것 자체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그리고 월간산의 상세한 기사를읽으니 안타까움이 더했는데

 

3월13일 시신이라도 찾겠다며 눈속을 헤치며 수색에 나섰던 대구의 최수찬님의 사투 글이 가슴에 찡하다

 

저항령에서 백담사쪽인 길골로 탈출이 훨씬 용이했을터인데

외설악쪽 저항골로 내려섰을까...

홀로 험한 죽음의 계곡을 내려서고 마등령에서 비박 한것만 봐도 그정도는 알수있었을터인데...

 

역시 인명은 재천인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큰 교훈으로 삼아야겠다

 

두개의 글을 모셔온다

 

- 펌 기사/월간산 -

 

설악산에서 실종된 대간 종주 여성 K(49)423일 실종 50여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설악산국립공원 관계자들의 증언을 참고하여 그녀의 입산 후 행적을 보았을 때, 놀랍고 안타까운 면이 많다.

과연 K씨는 어떤 산행을 했는지 쫓아가 보자.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온 K씨는 228일 일요일 새벽 516분 한계령에서 대청봉 방면으로 홀로 입산했다.

산불방지 입산금지가 32일부터인 것을 감안하면, 이틀에 걸쳐 백두대간 설악산 구간을 종주할 계획이었다.

지인들 말에 따르면, 백두대간 구간 종주 중이던 K씨는 한계령에서 종착지인 진부령까지 40를 홀로 종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31일에 지인 몇 명과 진부령(대간 종착지)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열려고 했다고 한다.

K씨는 228일 설악산 구간을 주파하여 마등령에서 비박하고 다음날인 31일 비법정 구간인 저항령~황철봉~미시령 구간을 종주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K씨는 오전 1036분 중청대피소를 지나 대청봉으로 향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희운각에서 어느 등산객에게 오후 140분쯤 목격되었다.

다만 대청봉에서 공룡능선 방면으로 가려면 중청대피소 앞을 지나야 하지만 CCTV에 그 모습이 없었다.

법정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고 비법정 구간인 대청봉~희운각 사이의 대간 능선을 탄 것으로 추측된다.

 

희운각대피소 앞에서 K씨를 목격한 등산객은 이날 기온이 비교적 따뜻했는데 우모복 상의와 우모복 바지를 입은 것이 특이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다음날 31일 오전 11시쯤 남편에게 마지막 전화를 했다. K씨는 지금 하산 중이다. 배터리가 다 됐다고 했다고 한다.

위치에 대한 얘기 없이 오직 하산 중이라고 한 것.

문제는 31일 새벽 110분부터 일대에 내린 비가 아침 8시쯤부터 눈으로 변해 설악산에 1m의 기록적인 폭설이 쌓였다.

휴대폰 기지국에 따르면 가장 마지막으로 전파가 잡힌 곳이 설악동 C지구이다.

해당 통신사 관계자의 기지국 반경 2내에 있어야 K씨의 전파가 잡힌다는 말을 따라 유추하면 대간 능선을 탈출해 설악동으로 하산하기 직전이었다는 의미다.

 

K씨의 이날 행보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전 대간 산행을 보면 대체로 15~20거리의 당일 산행을 많이 했는데, 이날은 다른 산보다 더 어려운 설악산 구간인데도 40를 무리하게 주파하려 했다는 것.

대청봉에서 희운각까지 편한 법정 등산로를 두고 비법정 길을 이용해 내려왔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

K씨는 아마도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백두대간 주능선을 타려 고집했던 것 같다.

 

K씨가 발견된 곳이 저항령 계곡 하류, 설원교 도착 1전임을 감안하면 폭설을 만나 저항령에서 설악동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산행 속도를 감안하여 추측하면 31일 아침 마등령을 출발하여 오전 9시쯤 저항령에 닿았으나 폭설을 만나 설악동 방향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

등산로가 없고 험준한 이 계곡 지형과 폭설을 감안하면 하산 중 상당한 체력이 소모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

거의 탈출에 성공하여 마지막 1를 남겨두었으나, 하산을 마치기 직전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오전 11시 마지막 전화통화를 119구조대에만 했더라도 생존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절박한 순간에도 K씨는 가족을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으로 추측된다.

 

 

- 최수찬님의 글 펌 -

 

아직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이다 우연인가 하늘이 감동인가

 

조난 경위:

2021228:

한계령출발~ 중청대피소( cctv확인)~ 대청봉~중청대피소~희운각대피소 (cctv확인)

 

1340: 희운각대피소 출발

19: 마등령도착예상 (여기서 비박)

 

202131

06: 마등령에서 일출예상 (이날 새벽부터 눈이왔을것이라 생각하고 일출 어려움)

09: 저항령 도착 예상

11:딸하고 통화 밧데리가 없고 하산중..

 

여기서 하산할곳은 3군데 추정

1. 원래아는길 황철봉으로 진입 눈이 급작스럽게 많이와서 길을 잃고 부상당할수있음

2. 저항령에서 길골 백담사로 하산 하다가 눈이 많이와서길을 헤매다가 부상.

3.저항령에서 저항령계곡( 용사태골) 여기는 설악동으로 빠지기에 교통편을 생각해서 하산중 부상

 

313일 미시령으로 넘어가니 다 차단...

음지백판골로 진입...

1시간도 않되어 신발, 옷 다젖음..

눈이 허벅지까지 빠지는데....황철봉까지 붙기가 힘들듯..

남자 1, 여자 1명이 하니 한계를 느낌 러셀하는데..

새벽에 정비해서 미시령으로 들어가는게 좋을듯 결론

 

314일 미시령차단길~ 미시령 도로가 눈과 얼음으로..

미시령~ 미시령3거리~ 황철북봉...

 

눈이 무릎은 기본이고..

깊은데는 허리까지 빠진다...

다리뺀다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다...

 

한계를 느낍니다 2명이서 하는것은..

.희 선생님과 통화

선생님 진행이 불가합니다... 간다고 있다는것도 아니고..

수찬아 그냥 포기해라 그러면 선생님 소주한잔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사탕도 한개놓고 망자분한테 절하고 철수해라

 

미주님이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미안하다고

그렇게 추운데서 얼마나 무서웠을거냐고...

구조대및 119도 못했는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일면초식도 없는데 죽어가는 사람을 누군가가 찾아주었다는것을 위로삼겠지

 

하산하는것도 문제이다..다리가 빠지는게...

 

오늘 딸과 다시 통화...

119구조대에 헬기만 마등령까지 민간구조대원들만 실어주면

민간구조대가 거기서 레펠하강후 수색한다고.

현실적으로 지금은 시신 수색입니다..

 

119에서 헬기요청하니 경찰쪽과 검토중이라고하네요

마등령에서 미시령까지 내려가는것은 문제가 없을듯합니다...

망자든 살아있으면 너무고맙고요..

 

당신이 조난당하든 죽었을때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면

그사람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않을까 합니다...

2일동안 너무 고생해주신 미주님께 감사함을 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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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설악산 들어가면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서

 

2021420일 퇴근하면서

어머님 소식이 있냐고물으니 아직없다고

이렇게 한군데에서 실종되어 한달넘게 못찾을수있냐고

하소연 하시길래 지금 경방기라 사람들 출입이 없어서힘들것입니다..

아마도 5월이되어야

왜 민간수색대를 투입하지 않냐고물으니

어머니가 홀로 백두대간하시면서너무좋아했고

백두대간이 끝나면 희말라야를 가고싶어했다고하네요

특히 설악산을 좋아했고홀로산행하다 사고가 나면

다른분한테 알리지말라고..말씀이 있었다고하네요

나중에 수습이 되면 진전사 큰스님한테 말씀드릴테니

어머님을 위로해주라고

그리고 제가 절에 가면 어머니를 위해 기도해드린다고했습니다

이또한 지나가니 힘내시고

어려움이 올수록 더강해지라고조언해드렸네요

 

이틀후 423일 새벽 530분에 기적같이

따님한테 톡이왔습니다

 

어제 엄마를 찾았습니다.저항령 계곡쪽이였습니다...그날.. 저를 대신해 강력하게 민원넣어주시고

손을 내밀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손길은 너무 큰 힘이였어요..

엄마께서 얼마나기쁘실까

제가 직접하지못하는 것들을 해주셔서....그리고..저도 꼭 앞으로 세상에 빛과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정말...감사합니다...

 

정확히 따님과 2일후 어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우연일까요 아니면 하늘이 도와주셨는지

 

어머니 발견장소가 더 기가찹니다

저항령계곡 다내려와서 설원교 1킬로지점에서

시신을 찾았습니다.

우측계곡이라면 작은황새골인데...

 

용사태골은 지루하고 눈이쌓이면 전문가가 아니면

길을 못찾습니다

아마도 끝까지 포기하지않고 거의 다와서 의식을

잃은듯합니다

다시는 이런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사랑하는 산에 품에서 운명을 달리하셨지만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고

극락왕생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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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백두대간 산행중에서...

 

대청봉에서 내려다본 죽음의 계곡능선...백두대간은 죽음의계곡 능선(통제구간)에서 희운각을 지나 공룡능선으로 이어진다

 

눈쌓인 죽음의 계곡능선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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