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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설악산

[미시령-마등령-백담사]...백두대간 첫산행

by 수헌! 200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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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2003.10.11-12(무박)  날씨: 흐리고 비
    산행: 미시령-1318봉-황철봉-저항령-마등령-오세암-영시암-백담사-백담매표소
    산행시간:05:00-16:20(총 11시간20분, 식사2 휴식시간포함)

    ## 난생 처음의 무박산행 ##

    등산이란 일단 즐겁고 아름답고 여유로와야 한다는 지론 때문에
    무박산행 보다는 차라리 그곳에서 하룻밤 유숙하는 쪽의 성향이라
    토요일 밤 양재역 출발은 낮설고 어색하였다.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등산보다도 더 진을 빼는 시간이었다.
    잠을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은 더욱더 정신을 맑게 만들고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산행 준비하는 소리에 잠을 깬다.


    ## 미시령에서 마등령으로##

    미시령 바람은 의외로 잠잠했다.

    반대편 진부령을 향해 출발하는 한분을 제외하고
    길 건너 철망 옆으로 어스름하게 보이는 능선을 향해
    힘차게 치고 올라가는 시간은 정확히 새벽5시였다.

    만만치 않은 기나긴 오름,
    진행 속도가 내 능력에 비해 너무 빠르다.

    이러다가는 오버페이스 할 것 같아 후미로 붙는다.
    일출을 보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포기하고
    비가오지 말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어둠의 포위가 풀리자
    이제는 자욱한 안개가 다시 감싼다.

    그리고 잠깐 살짝 보여준 울산바위 전경이
    마등령 갈때까지 유일하게 보여준 설악이다.

    안개 속을 뚫고 당당하게 서있는 자태는
    한 폭의 동양화처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의 대표는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험상 굳은 너덜지대 통과일 것이다.

    바위를 쏟아 부어 산이 되었다고나 할까,
    초보자는 길 잃어버리기 딱 좋은 바위 무더기 길.

    그곳에 먼저 지나간 산꾼들의 뒷 사람 들을 위한 흔적들이 보인다.
    표지기 붙이기가 불가능한 지역이라 돌무더기를 높이 쌓아 놓으신 분,
    노란색 페인트를 점점이 뿌려 놓으신 분,
    그리고 수 일전에 야광 페인트로 화살표 표시를 해놓으신
    "전천후"님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마등령까지의 6시간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너덜 길 통과는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1318봉지나 악명 높은 황철봉,
    날씨만 좋다면 조망하나는 최고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침 식사할 저항령에 다다른다.

    이곳은 단풍은 이미 거의 다 지고 앙상한 가지와
    그 밑에 수북히 쌓인 낙엽이 그 화려했던 흔적을 남겨놓았다.

    아침 먹은 밥 힘이 거의 바닥 날 때쯤 최후의 고지 마등봉 정상에 올라선다.

    '시계 제로' 아무 것도 안보이고 안개비에 안경이 여간 불편하지 않아
    서둘러 마등령으로 내려선다.

    드디어 마등령 삼거리 도착(11:00)했다.
    안개 자욱한 꽤 넓은 야영장터에는 머리 벗은 나무독수리 돌탑이 반겨준다.


    ##오세암, 이보다 더 아름다울수 있을까!!!##  

    마등령 삼거리에서 공룡능선 타는 길과 오세암 가는 길로 갈라진다.

    오세암 가는 내리막길.
    고도가 제법 급하게 떨어지지만 순간순간 바뀌는 가을단풍에 물든
    주위 경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든다.
    올해 정말 제대로 단풍 구경 해본다.

    이윽고 오세암 도착(12:00).
    세상에 이처럼 아름다운 절이 있을까?
    점심식사를 하면서도 눈은 주위 풍광을 쫓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기에 이곳에 얽힌 전설도 그토록 아름다운가보다.
    만추의 산사를 느끼고 싶다면 오세암으로 가봐라 라고 선 듯 권하고 싶다.

    오후 1시 다시 백담사를 향하여 출발한다.

    영시암을 지날 때까지는 가을 단풍의 진수를 본 것 같아 배가 부르고
    그 이후부터는 초록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계곡길이다.

    수렴동 계곡 사미소쯤인가?

    차가운 계곡물에 탁족을 하고 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
    판쵸 우의를 뒤집어쓰고 우중산행이 시작된다.

    백담사 도착 오후3시.

    이후부터는 이번 산행의 마지막 시험 시멘트 포장길이다.

    버스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버스는 아예 포기하고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기나긴 고난의 길이다.

    지난주는 수렴동입구 까지의 트래킹이어서 할만 했지만
    오늘은 먼길을 온 뒤끝이라 상당히 힘든 길이다.

    백담 매표소 도착하니 오후 4시20분,
    무려 11시간 20분의 산행후 오세암의 유혹에
    다음주도 이 길을 걸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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