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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설악산

[천불동계곡-화채능선-대청봉-한계령]...잊지못할 망경대

by 수헌! 200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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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2003.10.25 -10.26 쾌청

어디로:설악동-비선대-천불동계곡-양폭산장-망경대-
       화채능선-대청봉-중청-끝청-한계3거리-한계령
얼마나:총 11시간 50분(식사2번,휴식시간 포함)

새벽 3시30분,
어둠이 깔린 설악동 하늘은 유난히 별들이 쏟아진다.

최근들어 잊고 있었던 수많은 별들이다.
그중에서도 뚜렷이 보이는 오리온자리,
사각형 꼴 중앙에 삼태성이 꼬리를 이루고......

비선대 지나 가을계곡의 진수를 보여주던 천불동 계곡은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속에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계곡 따라 기다란 하늘의 은하수를 벗삼아 돌길을 오른다.

눈에 뵈는 게 없으면 걸음은 빨라지는 법,
출발 2시간 10분만에 양폭산장에 도착한다(5:40).

바람찬 산장 앞에서 난 역시 초보 티를 낸다.
보온 도시락에 밥을 싸 와야되는데......
썽그러니 식은 주먹밥에 차가운 물은 먹을 맛이 나지않고......
라면국물과 따듯한 물을 지원받아 아침을 해결한다.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우리 팀은 슬그머니 최대한 빠르게
눈앞의 능선을 치고 오르기 시작한다.

희미한 길을따라 꽤 가파르게 올려 부친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능선위에 도착하고 거기서 입을 다물줄 몰랐다.

망경대, 눈앞의 공룡능선의 신선대와 천화대를 마주보고 서있는 그곳.
멀리 울산바위, 황철봉부터 공룡능선, 대청봉, 칠선봉, 화채봉까지......
외설악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까마득히 아래로 칠선폭포의 장관이 보이고
능선따라 대청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좌측으로 멀리 동해바다가 보이고 우측으로 공룡능선을 벗하며 대청을 향한
기나긴 오름길은 공룡능선의 장관을 다각도에서 제대로 즐기는 것 같다.

이미 이곳은 초겨울이라 땅은 얼어서 서릿발이 보이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들만 남고 오로지 푸른건 소나무 정도이다.

드디어 대청에 오르니(10:00)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야영장비 낑낑거리며 매고 운동화신고
백담사로 해서 이곳에 온 이후 다시 오기까지는 24년이 걸렸다.

오늘의 조망하나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남쪽으로는 점봉산 그 아래로 오대산이 보이고 동쪽으로 동해바다의 수평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쪽으로 향로봉너머 금강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주말이지만 오늘의 설악은 비교적 한가한 것 같다.
아마 단풍시즌이 거의 끝나서 인 것 같다.

하지만 설악의 산세를 즐기기에는
적당히 한가한 요즈음이 적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념사진 찍고 또 한상 펴놓고 마치 산행을 끝낸 양 한껏 풀어졌지만......

이후의 한계령까지의 내리막 코스는
무릎과 허리가 항상 부담인 나로서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중청지나 끝청지나 한계3거리까지 스멀스멀 내려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하지만 이번엔 내설악의 비경을 가슴에 담기에는 충분한 코스이리라.

멀리 오세암이 내려다 보이고 용아장성이 앞에 버티고 있고
그 뒤로 공룡능선이 병풍처럼 버티고 서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점봉산은 다음에 가야할 숙제이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이젠 빨리 하산하고 싶어 질 때쯤
한계3거리에 다다른다(13:30).

여길 지나는 모든 이들이 쉬어 가는 지점 같다.
여기서 배낭을 펴놓고 마지막 배낭의 무게를 줄인다.

서북능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대청봉쪽으로 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나오면서 눈에 익힌 서북능선, 귀때귀청봉,
안산은 다음 산행 계획 속에 포함시킨다.

충분한 휴식 뒤의 한계령까지의 급한 내리막길은
나의 마지막 인내력을 시험한다.

차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눈앞에 보이는 한계령은
오늘도 역시 차로 인하여 몸살을 한다.

비로소 속세로 돌아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15:20)
11시간 50분으로 나의 최장시간 등반기록을 경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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