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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終)/백두대간 1차 남진

[백봉령-댓재]...악천후 속에 청옥산과 두타산을 넘다

by 수헌! 2006.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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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백봉령-댓재) 따라가기.



언제:2004.2.22(일) 날씨: 비바람+눈보라

어디로:백봉령-1022봉-원방재-상월산-이기령-갈미봉-고적대-연칠성령-청옥산-박달령-두타산-댓재

얼마나: 총 13시간40분-후미 기준(식사2끼, 휴식시간 포함)



토요일 밤, 천둥과 번개 치는 야밤에 등산장비 둘러매고 나오는 모습을 아내는 이해 못하는 눈치이다.

하기사 약속만 아니었다면......

백두대간 최대의 난코스라는데 날씨마저도 최악이다.

하지만 이 비로 인해 오랜 겨울 가뭄이 해갈된다면 기꺼이 맞으리라고 마음먹는다.

버스에서 산행대장님의 간략한 작전 설명을 듣는다.

"일단 날씨와 관계없이 이기령까지는 무조건 간다.

그리고 상황 봐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기령까지만 가게 된다면 그야말로 긴 겨울 가뭄에서 해갈 된다는 것이고
동해바다로 회먹으로 갈수있어서 좋고,

연칠성령에서 하산한다면 두타 청옥 구간을 날 좋은날 다시 올 수 있어서 좋고,

댓재까지 간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한방에 끊었다는 자신감 생겨서 좋고.



빗속을 달려온 버스는 백봉령에 멎고 다행히 비는 거의 그쳤다.

예상보다 늦은 도착이다(4시간 10분 소요).

주섬주섬 군장 챙기고 4시50분 어둠속에 일제히 길건너 능선을 치고 오른다.

지난 삽당령은 초입부터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 지대였으나
이곳 초입은 완만한 경사에 길도 좋은 편이고 날씨도 적당한 것 같아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커다란 착각이라는 것을
깨우치기까지는 불과 몇시간 걸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쳐지지 않으려고 바둥대며 앞사람을 쫓아갔다.

헤드렌턴이 희미해 건전지 갈아끼우기 보다는
앞사람 불빛에 의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절대 위험한 생각+게으른 생각)

드디어 날이 밝아오고 헉헉 거리며 1022봉에 도착한시간은 6시 45분이었다.

잠시 전열을 정비한 후 서서히 출발한다(7:00)

오르락 내리락하는 능선길은 눈길보다 더한 뻘밭이라 신경을 바짝 쓰게 하지만
시작부터 댓재까지 능선따라 이어진 멋진 소나무들의 열병식은
오늘의 힘든 산행에서 절대적인 위안이 되어준다.

7시40분에 원방재에 다다르고 이어서 다시 오름길,
상월산 가는 길에서 펼쳐진 운해의 바다는 지금까지 힘든 것을 한꺼번에 씻어준다.

 

 

 

 

 

 

 

 

 

 





<운해 1>



<운해2>

상월산도 2개였다.

처음것은 운치있는 멋진 고목에 전망좋은 상월산(980m)이고



<상월산1>

다른 하나는 헬기장이 있는 식사하기 좋은 상월산이다.

이곳에서 아침을 먹은후 그전처럼 여흥(?)을 즐길 여유도 없이 바로 출발한다(9:20).

바로 내려서니 이기령이다(9:35).



<이기령>

결론은 뻔한 것 오늘 날씨가 딱 좋다며 오늘 오지 못한 사람들은 후회할거 라는 둥
이야기하며 즐겁게 이기령을 출발한다.



그리고 잠시후 그소리를 들었는지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한다.

물론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겨울비에다 수중전 경험이 처음인 나로서는 적잖게 당황된다.

"이번 코스는 고적대 까지가 가장 힘든구간이다"라는 말만 믿고
고적대를 그리며 힘겨운 발길을 옮긴다.

11시 30분 갈미봉(1260m) 도착,이후 고적대까지 문득문득 보이는
구름과 조화를 이룬 암릉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리고 어설픈 솜씨로 사진을 찍다보니 선두와는 점점더 벌어진다.



<고적대 가는 길에 1>



<고적대 가는 길에2>

12시 40분 드디어 고적대(1354m)에 도착한다.



<고적대>

날라갈듯한 바람과 안개로 조망은 전혀 못하고 서둘러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그런데 한참 먼저 갔을 것 같은 일행이 뒤에서 오고 있다.

대단한 분들이다.이 구간도 부족하여 틈틈이 거리를 더 늘려 산행(알바)하시다니,
계곡이 얼마나 깊은지 갔다오셨다고......

고적대 정상에서 잘못 빠지지 않도록 유의 해야겠다.

1시 15분 연칠성령에 도착하여 점심을 빗물에 버무려서 먹었다.



무릉계곡으로의 하산의 유혹을 뿌리치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배낭싸고 출발한다(1:40)

도저히 추워서 어물어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발하고나니 날씨는 눈보라로 바뀐다.

그래도 비바람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한다.

출발 40분만인 2시20분에 오늘 산행중 최고봉인 청옥산(1404m)에 오른다.



<청옥산 정상>

정상석이 세워진 것이 아니라 기대선 것이 이상하다.

눈이 점점 쌓여가고 머나먼 두타산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만만찮은 오르내림의 연속, 봉우리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오기를 수 차례 후에
눈앞에 나타나는 거대한 봉우리,직감적으로 두타산임을 알아차린다.

저곳만 넘으면 집에 간다는 생각이 투지를 불태운다.

기나긴 오름길은 드디어 설화 만발한 정상(1353m)으로 안내한다.



<두타산 정상>

청옥산 출발한지 1시간 40분만인 오후 4시이다.



이제는 주위를 둘러볼 정신적인 여유도 사라지고 마지막 구간인 댓재로 발길을 제촉한다.

어두워지기 전까지 댓재에 도착해야 하기에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가장 쉬운길이 남았다고 하지만 체감 난이도는 결코 쉽지 않았다.

바닥난 체력에 시간과의 싸움,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무릎통증은 내리막길이 고통스럽다.

이미 10시간이 넘게 비 바람과 눈 보라에 노출된 장갑은
2컬레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물을 짜내고 다시 끼지만
고어텍스 등산화는 스페츠를 하였음에도 양말은 흥건히 젖어있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중간에 산불의 흔적과 그 와중에도 상처를 보듬고 능선을 지키고있는
노송들을 보며 자연의 복원력을 실감한다.

힘겨운 마지막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 어둠에 묻힌 댓재로 내려오니
이미 1시간 전에 도착한 선두팀은 팀웍 다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6시 30분,총 산행시간 13시간 40분의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



작년 5월 31일 용봉산 산행을 시작으로 2개월 후의 지리산 단독종주
그리고 2개월후에 시작한 백두대간,
그리고 오늘의 산행은 해냈구나 라는 성취감과 자신감도 갖게 해준 반면에
워낙 난코스에 최악의 날씨, 그리고 긴 거리였는지는 몰라도 표지기만 따라
정신없이 걷기만 했다는 반성도 아울러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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